자작나무는 묘하다. 하얀 수피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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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reo 작성일25-04-17 04:10 조회2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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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는 묘하다. 하얀 수피도 그렇지만 기둥 곳곳에 난 생채기 같은 것이 더 신경 쓰인다. 어떤 건 꼬리가 긴 사람 눈매처럼 생겼다. 자작나무는 위로 자라나면서 아래쪽에 붙은 가지를 스스로 떨어뜨린다.이때 남은 가지의 흔적을 ‘지흔’이라 부른다. 가지가 떨어진 자리가 검게 변하고 주변으로 자글자글한 가로줄이 생기면 마치 커다란 눈처럼 보인다. 지흔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기하다가도 괜히 오싹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기분 탓이겠지.“오늘은 색다르게 자작나무숲을 보는 방법을 알려드릴 거예요.”죽파리 영양자작나무숲의 가을과 겨울 [영양군 제공]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한홍지연 여행+ 기자죽파리 영양 자작나무숲의 밤하늘과 겨울 그리고 여름 풍경 [정종훈 해설사 제공]자작나무숲정종훈 해설사언제 장대비를 퍼부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흐린 하늘을 머리 위에 지고 열심히 길을 달려 영양군에 다다랐다. 봉화를 지나고부터 길이 점점 험해진다. 원래 차멀미가 없는데 이 길은 심상치가 않다. 중앙선이 없어지기도 하고 외길 낭떠러지 구간도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가는 동안 진짜 오랜만에 멀미가 났다.가끔 마주치는 주민들은 대형 버스가 신기하고 외지인들은 이런 길을 이 큰 버스가 통과할 수 있는 건지, 대체 어디까지 들어갈 참인지 궁금하다.바깥 공기가 간절할 때쯤 버스가 멈춰섰다.숲 해설이 끝나고 정종훈 해설사가 직접 만들었다는 자작나무차를 나눠줬다. 그리고 멀리서 바라본 자작나무숲 풍경예전엔 너무 흔해서 개똥벌레라고 불렀는데영양군 제공왼쪽 사진 영양군 제공이번 영양 여행은 반쪽짜리 여행이었다. 날씨가 안 따라줬다. 별을 보러 갔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숙소도 읍내에서 한참 떨어진 영양군생태공원 사업소 내 펜션으로 잡았는데 말이다. 펜션은 천문대에서 차로 3분 거리에 있었다.원시림 속 꼭꼭 숨겨진수비면에서도 죽파리의 ‘자작나무숲’과 수하리 ‘국제밤하늘보호공원’ 딱 두 곳만 갔다. 낮엔 밤같이 어두운 원시림 속 자작나무숲을 만나고 밤엔 별빛이 훤히 비추는 하늘을 기대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을 보는 건 실패. 별은커녕 비 안 맞고 돌아다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했을 정도로 날이 궂었다.한 집 걸러 한 집, 24시간 문 여는 편의점이 있고 언제든 원하는 음식을 배달시킬 수 있는 복잡하지만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 세상은 왜 이리도 빨리 변하는지 적응하는 시간이 점점 오래 걸리는 것을 보고 나이 먹음을 실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새벽 집 앞으로 오는 로켓 배송이나 휴가와 일이 합쳐진 워케이션Worcation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뭐 세상이 그렇게 변해 간다니까... 그게 맞는 거겠지)반딧불이 천문대는 2005년에 문을 열었고 작년에 리모델링을 거쳐 시설을 보수했다. 천문대의 꽃은 역시 망원경. 7m 돔으로 꾸며진 주관측실에는 600mm 반사망원경이 설치돼있다. 돔을 설치하고 망원경을 들여놓는데 총 2억원이 들었단다. 보조관측실에는 추가로 망원경 5대가 설치돼있다. 아쉽게도 이날은 날씨가 안 좋아 관측을 할 수가 없었다. 아쉬워하는 일행에게 천문대 박찬 담당자는“꼭 다시 오라. 별을 보는데 계절보다는 날씨가 더 중요하다”며 “은하수를 관찰하기엔 여름이 좋다”고 말했다. 반딧불이 천문대는 주간(오후 1시~6시) 야간(오후 7시30분~10시)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주간에는 천문대 천체투영실 + 별생태체험관, 야간에는 천문대 위주로 투어가 진행된다.영양 북동쪽을 감싸는수비면은 울진과 경계를 하는 지역이다. 수비면 설명을 보면 ‘전체 면적 중 90% 이상이 산지, 모든 지역이 해발 430m 이상 되는 고랭지대. 지질은 대부분이 사질토양이나 척박한 편. 매년 서리가 일찍 내리는 관계로 작물에 냉해가 다른 지역보다 더 심하다’고 한다. 사람이 터를 잡고 살기에 좋은 지역은 아닌 듯하다.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무너진 경계가 혼란스럽고 속도에 뒤처져 어쩔 줄을 모를 때는 차라리 맘 편히 쉬어가는 게 맞다.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지는 것도 좋겠다.거창하게 ‘일(상)탈(출)’이라 적고 ‘여행’이라고 읽는다.‘탈출’이라는 단어에 걸맞게 여행지를 고심해서 골랐다. ‘대한민국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 있다고?’국내에서 가장 깨끗한 밤하늘을 만날 수 있다는 경북 영양군으로 향했다.여름밤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고 깊은 밤 은하수 이불을 덮는 곳, 우리나라 오지 중의 오지로 꼽는다는 영양이다.앞서 말했듯 영양 자작나무숲은 아직 미완성이다.시작점은 ‘죽파리 장파경로당’. 이곳에 차를 대놓고 트레킹을 시작하는데, 자작나무 숲이 워낙 깊은 곳에 있어 입구까지 약 4.5㎞를 걸어 들어가야 한다.다행인 건 길이 거의 평지라는 것. 우거진 금강송숲 계곡 길을 따라 시원하게 걷는다. 평일 오후, 날까지 궂어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 검마산(1017m)에서 유명한 건 서쪽 자락의 자연휴양림이고 남쪽 자락 자작나무숲은 이제 막 발굴된 곳이기에 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오다가다 심심치 않게 사람들을 마주쳤다. 편한 복장의 현지인들이었다. 죽파계곡(장파천)을 따라 물가엔 물박달나무, 물푸레나무가 그늘을 내어주고 오래된 소나무들이 우거진 원시림을 이루고 있다. 전날 내린 비 전체적으로 축축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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