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2025년 4월 4일)로부터 정확히 111일 전인 지난해 12·3 비상계엄이 선포되던 날.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긴박했던 순간, 북한과의 전시 상황에 3군을 지휘하는 합참 지하 벙커 전투통제실에서 김 전 장관은 양손에 비화폰을 들고 “명령 불응 시 항명죄로 다스린다”고 사령관들에게 엄포를 놓으며 ‘서울의 밤’ 3시간을 지휘했다. 당시 현장의 군 고위 관계자들을 포함해 10여 명의 군·경 관계자와의 인터뷰, 수사기관 진술, 기소된 연루자의 공소장 등을 종합해 그날을 재구성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 행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김용현, 계엄날 아침 노상원 만났다 김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이른 아침 서울 한남동 공관에서 ‘보안 손님’을 만났다. 이번 계엄을 배후에서 기획했다는 의혹을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육사 41기)이었다. 육사 38기 선배였던 김 전 장관은 평소 그를 “상원아”라고 불렀다. 노 전 사령관은 이날 20~30분간 김 전 장관을 대면한 뒤 공관을 나섰다. 계엄에 동원된 군부대들도 이날 오전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3일 오전 8시부터 휘하 참모들을 불러모아 “상황이 엄중하다”며 출동 가능 헬기 수를 점검하고 부대원 비상소집, 헬기 이착륙장 정비 등을 지시했다. 그간 여러차례 김용현 국방부장관 등과 함께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비상 계엄 필요성을 들은데다 바로 전날 통화하면서 이날 계엄이 실행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검찰은 윤 대통령 공소장을 통해 밝혔다. 정보사에서는 선관위에 진입할 인원을 점검했고, 노 전 사령관 등이 참여할 제2수사단 구성을 준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이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포괄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35분에 시작된 공식 오찬까지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했다. 오후 4시쯤엔 김 전 장관 편집자주 결혼은 안 했습니다만, 시집이라면 일가견이 있는 시인. 202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 신이인이 사랑하는 시집을 소개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임용시험을 아홉 번 보고 끝내 중학교 교사가 된 언니에게 물어보았던 적이 있다. "왜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언니는 학교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학교로 돌아가길 원했다고. 좋아하는 마음에는 인력이 있다. 대상에 마음을 갖다붙이기만 하면 몸은 저절로 따라가게 된다.언니의 방에는 해가 갈수록 청소년 문고가 빽빽하게 쌓였다. 대부분 성인이 된 후에 사들인 책들이었다. 어떤 것은 재미있었고 어떤 것은 유치했다. 유치하다는 건 청소년 문학에 비판이 될 수 없는 얘기다. 청소년은 유치하니까. 어른스럽지 못한 게 당연하니까.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청소년의 성질이니까. 우리가 청소년 문학에서 찾는 기쁨은 그 시절의 어림과 못남과 서글픔과 명랑함을 간직한 노스탤지어의 영역에 서려 있다."여기 왜 그래? 팔목을 가리키며 네가 묻는다// 우리 고양이가 할퀴었어, 대답하면/ 언제 한번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되냐고 한다"(유계영 '나만 보는 고양이')"우리는 초대 안 한 게 아니야/ 신나게 웃으며 헤어진다/ 잘 가 또 같이 놀자 내일 학원에서 봐//(…)// 우리라는 말 안에는/ 보이지 않는 금이 그려진 것 같다(신미나 '기다렸다 같이 가') 도넛을 나누는 기분·김소형 김현 민구 박소란 박준 서윤후 성다영 신미나 양안다 유계영 유병록 유희경 임경섭 임지은 전욱진 조온윤 최지은 최현우 한여진 황인찬 지음·창비교육 발행·212쪽·1만3,000원 시집 '도넛을 나누는 기분'에는 스무 명의 시인이 적어낸 그들만의 '유치한 시'가 육십 편 실려 있다. 동시라기엔 웃자라 삐죽거리고 어른 시라기엔 어른이 덜 된 듯 읽힌다. 엄마 앞에서 강해지다가 약해지는 기분, 두근거리던 학창시절에 머무르고픈 기분, 제때 보듬어지지 못한 상처를 애처럼 꺼내는 기분, 처음 겪는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를 감당해야 하는 기분… 이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