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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콕 포커페이스 시즌1 1화 Dead Man's H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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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alissa 작성일24-04-19 11:11 조회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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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포커주소 D-9, 2029년 4월 5일 밤, 조선호텔 지하 사설도박장. 상진이 패 3장을 받았다. 이게 뭐지? 모두 Q 카드다. 풀하우스 가능성이 높은 데다, 트리풀을 숨기고 있어 꽃 패 중에 꽃 패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상대 패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초반 5구에 풀베팅을 해보았다. 다들 콜로 따라오기만 하는데, 한 녀석이 덩달아 풀베팅을 했다. 그래 숨을 죽이자. 상진은 기가 죽은 듯 콜만 하고 따라붙었다. 5구, 6구에서 9, 9 카드가 떨어져 상진은 풀하우스(트리풀과 원 페어를 같이 가지는 패. Q, Q, Q, 9, 9)가 메이드(족보가 완성됐다는 의미) 됐다. 세 사람이 남은 상태에서, 바닥 패가 9 원 페어로 가장 높은 상진이 먼저 ‘삥(기본인 1만 원 베팅)’으로 분위기를 살폈다. 그런데 웬걸? 두 녀석이 모두 풀베팅을 외쳤다. 판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고 말았다. 바닥에는 Q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 Q 포카드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더벅머리에 콧수염을 기른 녀석은 플러쉬(카드 다섯 장의 무늬가 포커주소 똑같은 패, 족보상 풀하우스보다는 약한 패) 메이드 냄새가 났다. 말쑥한 정장 차림의 녀석은 아무리 봐도 패를 모르겠다. 그렇다면 녀석 또한 상진과 같이 이미 풀하우스 메이드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서 멈출 순 없다. 콜로 승부를 이어갔다. 7구 히든 패가 깔렸다. 여전히 바닥패가 9 원 페어로 가장 높은 상진이 맨 먼저 베팅해야 한다. 상진은 놓인 히든 패를 들춰 보지도 않고, ‘삥’을 하고 주위를 살폈다. 상대가 마지막 패를 보는지, 본다면 그때의 눈빛이나 행동에서 이미 6구 메이드인지 아니면 히든에서 원하는 패를 얻었는지를 가늠하려는 목적이다. 게다가 상대는 히든 패를 보지도 않는 상진의 모습에 이미 6구 메이드인지 아니면 블러핑(bluffing)인지 헷갈리게 된다. ​© mparzuchowski, 출처 Unsplash 더벅머리는 쪼는 시늉을 하는 것 같다. 이미 플러쉬 메이드고, 바닥엔 가장 높은 패가 J 카드지만 쥐고 있는 패에 더 높은 숫자가 있을 것이다. 바닥 패로는 스트레이트 플러쉬(카드 다섯 장의 무늬가 같고, 숫자가 포커주소 연달아 있는 패)의 가능성은 제로다. 말쑥한 녀석은 전혀 말이 없다. 눈빛도 흔들림이 없었다. 손동작마저도 간결하다. 프로의 냄새가 짙게 난다. 바닥에는 2, 7, 7, K 카드, 무늬로는 플러쉬 냄새가 아니다. 나머지 7 카드 두 개는 이미 죽은 패에서 봤었다. K 카드도 이미 빠졌다. 그렇다면 맨 처음 2 카드를 깔았으니, 쥐고 있는 두 장이 모두 2 카드일 수 있다. 2 풀하우스, 히든에서 나머지 2 카드만 나오지 않으면 상진이 이긴다(풀하우스끼리는 트리풀의 숫자가 큰 게 승리). 아까부터 다른 패들을 샅샅이 뒤졌다. 2 카드가 보이기를, 그런데 안타깝게도 보이지 않았다. 상진의 바닥 패는 Q, 9, 9, 5 카드, 그중에서 Q 카드를 포함해 3개가 스페이드라 플러쉬의 냄새도 짙게 난다. 상대를 유혹하기 좋은 꽃 패다. 상진은 이들이 풀베팅할 것이 분명하므로 애초부터 ‘삥’만 한 것이다. 역시나 더벅머리는 풀베팅을 했다. Q 탑 플러쉬를 이긴다고 자신하는 걸 봐서는 A 탑 플러쉬인가 포커주소 보다(플러쉬끼리는 무늬가 같은 다섯 장 중 가장 숫자가 큰 걸 비교해서 큰 쪽이 승리). 그 옆에 있던 말쑥한 녀석도 풀베팅이다. 더먹머리는 짐짓 놀란 눈치다. 이제 말쑥한 녀석에게서 풀하우스의 향이 훨씬 짙어진 셈이다. 상진은 고뇌에 빠진 척 한껏 연기하며, 특히 더벅머리 패를 유심히 봤다. 마치 더벅머리와의 승부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치 플러쉬 메이드로 더벅머리의 탑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것처럼. 상진은 어려운 결정을 내린 듯 머리를 긁적이며 풀베팅을 했다. 다음으로 더벅머리는 한참 고민하더니 콜로 받는다. 뒤이어 예상대로 그 말쑥한 녀석이 자신만만한 눈치로 풀베팅했다. 이미 판돈이 10억 원을 넘었다. 아! 느낌이 안 좋다. 상진이 나름 연기를 해가며 말쑥한 녀석의 풀베팅을 유도하려 했는데, 녀석이 그 연기에 속아 풀베팅을 한 느낌이 아니다. 2 풀하우스로 이 정도 크게 배팅할 순 없다. 풀하우스 메이드였다가, 히든에서 포커가 뜬 거라고 믿어달라는 베팅이다. 물론 블러핑일 수 있다. ​© chrisliverani, 출처 Unsplash 포커주소 이제 히든 패를 볼 시간, 조심스럽게 바닥에 놓인 패를 들었다. 엄지손가락으로 카드 무늬와 숫자를 가린 채, 패를 눈높이로 들어 조심스럽게 엄지를 내리며 쪼였다. 제발, 제발 Q! 하트 Q! 마음속으로 크게 '하트 Q'를 외쳤다. 살짝 빨간색이 비쳤다. 아, 제발, 제발! 엄지손가락이 좀 더 내려가자 봉긋한 붉은색 원 모양이다. 그래, Q 카드 나와라! 아! 이런 제길, 하트 8 카드다. 한 끗 차이로 포카드가 날아갔다. 너무 안타깝다. 상진의 얼굴에서 한순간 아쉬움이 스쳐갔다. 이제 곤혹스러운 선택의 시간. 여기에서 ‘올인’ 하면서 받느냐, 아니면 ‘다이’하느냐 선택해야 했다. 이놈들 도대체 정체가 뭐야? 상대의 베팅을 보면, 특히 저 말쑥한 놈의 과감한 베팅을 보면 느낌이 안 좋다. 평소 같으면 눈 감고 후일을 기약하며 ‘다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가 끝장나기 직전 아닌가? 돈이 그 의미를 잃은 세상이 오고 있는데, 모험을 안 할 이유가 없다. 그래, 원 없이 던지고 끝내자. 포커주소 상진은 ‘올인’으로 받았다. 어쩐 일인지 돈 많은 더벅머리도 콜. 이제 패를 깔 시간이다. 먼저 상진이 Q 풀하우스 패를 깠다. 왠지 자신 없는 표정이다. 다음은 더벅머리, 역시 손에 하트 A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A 탑 플러쉬. 쓰디쓴 미소를 머금고 있다. 그도 말쑥한 녀석의 풀베팅 그리고 상진의 '올인'을 보는 순간, 자신이 나머지 두 사람 중 적어도 하나의 패는 이기기 어렵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말쑥한 녀석, 무척이나 뜸을 들이며 패를 깐다. 얄밉기 그지없다. 제발! 2 풀하우스이길! 녀석이 숫자 2 카드를 하나씩 내려놓고 있다. 한 장이 남은 상태에서 2 풀하우스다. 나머지 한 장을 들고 씩 미소를 짓는다. 얄미운 놈! 역시 그랬다. 히든에 하필 2 카드가 나온 것이다. 이럴 수가 있나? 0.16% 확률에 불과한 포카드가 하필 이때 나오다니! 상진은 눈앞이 캄캄했다. 수많은 포커판을 전전하며, 산전수전 다 겪어봤다고 자부했는데. 상대 패가 포카드임을 포커주소 직감했으면서도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무모하게 ‘올인’해 모아놓은 돈을 다 날리다니! 망연자실할 수밖에. 판돈을 싹싹 쓸어가는 녀석의 손과 얼굴에서 비치는 그 자신감을 보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광주에서 이름난 도박사인 상진이 체면을 제대로 구긴 셈이다. ​© apolophotographer, 출처 Unsplash 주변에 몰려든 많은 구경꾼은 상진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모두 그에게 주눅 들어 제대로 베팅도 하지 못하는 인간들 아닌가? 여기서 물러서고 싶지 않다. 집을 담보로 잡아서라도 돈을 끌어와 다시 판을 벌이고 싶었다. 그때 관전하고 있던 환전 브로커가 판돈을 빌리겠냐고 제안했다. 상진은 흥분한 나머지 분위기에 휩쓸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이 판에 다시 낄 수만 있다면, 금방이라도 잃은 돈을 회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뜻 모를 기대와 자신감이 몰려왔다. 상진은 바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다. 집 주소를 불러주고, 부동산등기부 등본을 떼어보는 일련의 절차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러자, 브로커는 5억 원의 꽁짓돈을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그 포커주소 정도로는 이 판에서 제대로 힘쓸 수가 없다. 상진은 브로커를 뒤로 따로 불러, 10억 원을 대달라고 부탁했다. 밖에 있는 드론 택시의 보증금과 면허를 담보로 더 대출받으려는 것이다. 브로커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며, 눈치를 살피더니 신체포기 각서를 요구했다. 지금 세상이 어떤 때인데 신체포기 각서란 말인가? 도박판에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인 이런 구시대 유물을 다시 요구하다니! 이 브로커는 정말 옛날 사람인가 보다. 이런 신체포기 각서가 법률적으론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걸 모르는 걸까? 써본들 쓸 데도 없는 무용지물일 텐데······. 에이! 써주고 말지. 상진은 그가 요구하는 서류에 지장을 찍었다. 돈을 받아 다시 포커판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급했다. 서류의 내용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가리키는 곳에 지장 찍기 바빴다. 곧바로 10억 원의 칩이 상진의 자리에 마련됐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여기서 무너질 내가 아니지! 이놈, 넌 제대로 임자 만난 거야.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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