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신윤복의 ‘미인도’처럼 가체(여성들이 머리를 꾸미기 위해 쓰던 가발)를 쓴 무용수가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우아한 몸짓을 펼친다. 보름달을 상징하는 지름 6.5m의 대형 에어벌룬이 무대 위에서 내려오고, 중독적인 전자음악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국립무용단 ‘미인’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지난 4~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국립무용단 신작 ‘미인’은 한마디로 ‘눈과 귀가 즐거운 한국무용’ 작품이다. 공연계를 대표하는 양정웅 연출, 정보경 안무가, 장영규 음악감독, 여기에 한국 1세대 패션 스타일리스트 서영희, NCT127·에스파·아이브 등 K팝 아티스트 뮤직비디오 작업에 참여해온 아트디렉터 신호승 등 ‘어벤져스 창작진’이 참여해 한국무용의 진화를 보여준다. 국립무용단 여성 무용수 29명이 출연해 놋다리밟기, 승무, 나비춤, 강강술래, 북춤, 부채춤, 칼춤, 베가르기, 산조, 살풀이, 탈춤 등 11개 민속춤을 60분간 현대적인 감각으로 펼쳐낸다. 미니멀하고 모던한 무대와 오브제, 형형색색의 의상이 한 편의 패션쇼를 보는 듯 하다. 양정웅 연출은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며 한국의 미(美)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이번 공연은 개막 3주 전 객석 점유율 99%로 전석 매진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그동안 마니아 층을 바탕으로 공연이 매진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개막을 한 달 앞두고 조기 매진된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엠넷 무용 경연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가 한국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5일 해오름극장 로비에선 ‘스테이지 파이터’ 우승자인 국립무용단 출신 김호종이 공연을 관람하러 왔다 팬들의 사진 촬영 요청을 들어주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무용단 신작 ‘스피드’도 4회 공연 전 회차 매진되는 등 한국무용에 대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김종덕 국립무용단 예술감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6번 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보수단체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박소민기자 “하루 만에 거짓말처럼 풍경이 달라졌네요.”, “국민 저항권을 발동해 조기 대선을 막아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이틀이 지난 6일. 탄핵 찬반을 두고 극한 대립이 이뤄졌던 헌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안국동,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는 언제 국론 분열이 있었냐는 듯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았다. 6일 오전 11시께 종로구 북촌 공방 거리 일대는 한복을 차려입은 외국인 관광객부터 맛집 앞에 장사진을 친 방문객을 비롯해 봄철 나들이를 나온 행락객으로 가득 찼다.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는 “그제만 해도 집회와 통제로 인해 가게 문을 열 생각을 못했는데, 어제부터는 관광객도 많고 평소 주말처럼 매장이 붐비고 있다”며 “금방 일상을 찾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남 관저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이곳은 1만6천여명의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로 일대가 메워지고 인근 학교와 은행은 휴업을 단행하는 등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5일과 이날 이곳 일대는 두세명씩 짝을 지어 순찰하는 경찰 외에는 어떤 집회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으며 완전히 일상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관저 인근 카페 점주 B씨는 “지난 4일까지만 해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매장을 열지 않았는데 어제부터는 영업을 재개했다”며 “대통령이 (관저에서)나오면 일대가 또 시끄러워질 거 같은데,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광화문 광장 주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보수단체가 윤 대통령 파면 규탄 집회를 개최, 조기 대선 기간 새로운 갈등을 예고했다. 전 목사는 이날 광화문 광장 일원에서 6천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헌재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윤 대통령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조기 대선은 없다. 불법 대선, 사기 대선을 막아야 한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해 부정 선거를 막아내고 헌재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