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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전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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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Scarlet 작성일25-03-11 01:01 조회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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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준설 들어 우리 학교 화장실의 수압이 낮아졌습니다. 이는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벌어진 일인데, 때문에 화장실 변기를 열어보면 절반 가까이는 물 위에 내려가지 못한 화장지가 둥둥 떠있곤 합니다.​처음에 전 왜 이렇게 다들 물을 안 내리는 거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새 학기가 되고 다들 머리에 꽂아둔 나사 하나가 빠진 건가 진지하게 고민도 해봤습니다. 그러나 저 역시 마찬가지로 변기의 물을 내리려 버튼을 눌러보았을 때, 그 감촉이 예전의 감촉이 아님을 느끼고 이건 학생들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언제부터 수압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요? 도대체 왜 문제가 생긴 것일까요? 저희 학교 교장 선생님은 남자분이셔서 이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잘 모르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나서야 할 차례이겠지요. 저는 학교에 가기 전 커다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그리고 월요일이 다가왔습니다. 3교시까지 묵묵히 마쳐낸 저는 학교준설 아이들이 급식실로 몰려간 틈을 타 몰래 무리에서 빠져나와 2층 화장실로 향했습니다. 사태를 확인해 보니 여전히 변기 중 반 이상이 물이 내려가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저는 사태가 더 이상 심각해지면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우선 변기 중 가장 깔끔한 변기를 찾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물도 잘 내려가고, 오염이 덜 된 변기를 고른 저는 변기 뚜껑을 가져온 펜치로 뜯어냈습니다. 그리고 변기 커버 역시 모조리 다 뜯어내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 나갔습니다.​잠시 심호흡을 하였습니다. 제 행동이 누가 되지는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라면 누군가는 해야 했기에, 무모하기로 유명한 저는 제일 먼저 나일강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거센 물줄기가 몸을 감싸왔습니다. 저는 물속에 잠식되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거센 폭풍우에 그저 몸을 맡길 뿐이었습니다. 학교준설 어디로 가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는지. 무엇 하나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곧 저 멀리, 쓰나미의 형상을 마주쳤습니다. 쓰나미의 거대함에 압도당해버린 저는, 속수무책으로 질식해버렸습니다. 다행히 그 쓰나미가 덮치기 전 기절하여, 쓰나미 때문에 정신을 잃었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차츰 돌아온 정신에 눈이 점차 뜨여왔습니다. 눈 아래로, 점멸하는 강한 섬광이 들이닥쳤습니다. 저는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세상이. 세상이 온통 안개 낀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여긴, 하나의 이상 세계와도 같았습니다. 저는 해야 할 일이 분명했기에, 서둘러 움직여야 했습니다.​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지도를 꺼내 현재 위치를 가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천칭자리가 북동쪽 밤하늘에 떠있는 이곳. 별의 흉터를 기점으로 저는 뒤를 돌아 무작정 나아갔습니다. 밤이 너무 어둡고 으스스하여 두려움이 몸을 휘감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멈출 수 없었습니다.​끝없이 학교준설 걸었습니다. 세상은 너무 넓은 것이었습니다. 지나가며 말동무가 되어줄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새들도, 노룩도, 나그네도, 죄다 잠에 들어 있었습니다. 지친 것보단 지루한 나태에 빠져있는 것 같았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 말을 걸어보아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가까이 있으면 저마저 그 나태에 빠져버릴 것만 같아 그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너무나 긴 여정이었습니다.​이상하게도 이곳은 해가 뜨지 않습니다. 걷는 내내 세상이 온통 깜깜했다는 말입니다. 그 덕에 제 무서움은 없어질 생각을 안 했지만, 다행히 별과 달의 반짝임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제 세상으로 돌아가서도 이들의 따뜻한 배려는 잊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저 멀리, 느티나무 두 그루가 보였습니다. 저는 황급히 지도를 다시 펴 목적지의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커다란 호수, 그리고 그 옆에 자리한.. 나무 두 그루. 분명했습니다. 저는 뛰는 것을 학교준설 멈출 수 없었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발바닥이 아려왔지만 온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마지막처럼. 마지막인 것처럼.​아, 마침내. 그리고 끝내. 다다랐습니다. 제가 드디어 도착한 것입니다. 저는 눈앞에 놓인 광경에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커다랗다는 말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거대하고 광활한, 도저히 바닥을 유추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호수에서 도착해버리고 만 것이었습니다. 저는 느티나무에 걸 터 앉아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숨이 아직도 턱 끝까지 차올라 있었습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습니다.​마음을 가다듬은 저는, 천천히 호수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찢어진 신발창에 살랑거리는 수풀이 닿는 느낌이 간지러웠습니다. 호수의 심장. 느티나무와 호수의 경계 그 언저리에 무릎을 꿇고 앉은 저는 조심히 손을 뻗어 호수에 손을 담갔습니다. 그리곤,​똑똑.​호수를 두들겼습니다. 그가 대답할 수 있도록. 한 번 더 똑똑. 그러자 얼마 학교준설 안 가 호수의 중앙부에서부터 거대한 파도가 치기 시작했습니다. 중앙부에서 시작된 파도는 점차 형상을 달리하더니 강한 회오리가 되어 거센 파동을 일으켰습니다. 그 거센 파동은 점차, 점차. 중앙부에서 몸을 움직이더니 다가왔습니다. 그의 심장에게로. 그의 느티나무에게로. 저에게로.​너는 누구인가.​숨이 멎을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대답해야 했습니다. 공백이 길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저희 학교에 수압이 너무 약합니다. 고쳐주세요.​그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저에게 재차 물었습니다.​너는 누구인가.​순간 머리가 굳어버렸습니다. 나는… 나는 누구지? 기억해 내야만 했습니다. 무언가에 이끌려 저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순간 그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바본가? 자네 교복에 명찰이 달려 있다네. 하여간 요즘 애들은…​아… 탄식했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나를 알지 못한 까닭에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 심장이 두근거렸습니다. 손바닥에 땀이 우수수 나기 시작했습니다.​좀만 기다리거라.​그는 학교준설 불현듯 몸을 숨겼습니다. 호수의 가장 아래로 점점 더 내려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저 심해의 끝에서 틱틱, 거리는 소음이 났습니다. 무언가, 기계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 아무튼 의중을 알 수 없는 소리였습니다. 그러길 몇 분이 지났을까, 그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수리했으니 얼른 돌아가게. 그리고 이런 건 학교 행정실에 건의하면 나한테까지 전달되니까 앞으로 직접 오지는 말게나. 그럼 수고.​그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정신이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마치 독약을 먹은 듯 눈앞의 세상이 이질적으로 빙빙 돌았습니다. 찬란히 빛나던 별빛이 죄다 거짓말 같았습니다. 아니, 이 상황이 전부 거짓말 같았습니다. 그동안의 수고가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이어졌습니다. 점점 흐려지는 한 줄기의 빛이 꼭 동아줄 같았는데. 빛이 점점 아득해져 옵니다. 아아…​…​Fade Out​…​허억. 헉. 눈을 떠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푹 젖어있었습니다. 여전히 제가 학교준설 뜯어낸 변기 커버와 변기 뚜껑은 옆에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전 변기를 부여잡고 황급히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아. 내 세상이다. 돌아왔다. 죽은 줄만 알았는데.​…​…​…​저는 행정실에 변기 수리 값 오만 원을 물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날이 거듭될수록 느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학교의 모든 변기들이 멀쩡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티 나지 않게 자연스럽게 학교 구석구석의 모든 화장실들을 들어가 본 결과, 고쳐지지 않은 변기는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수압이, 드디어 제대로 돌아온 것이었습니다. 저는 남몰래 쾌재를 불렀습니다. 제가 해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정말, 행복해 머지않는 하루가 계속됐습니다.​…​…​…​그러나 가끔은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 교복엔 명찰이 달려있지 않는데.​​​​​​제가 사랑하는 작품인 뒤샹의 변기로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사실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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